소중한 친구의 마지막 선물
- lasvegasknmagazine
- May 31
- 2 min read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진정한 의미
나의 소중한 친구가 52세의 젊은 나이로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 류마티스로 오랫 동안 고생한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간암 말기였다고 한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할 때마다 코가 찡하고 목이 메이고 가슴이 먹먹해 온다. 24년전 뉴욕에서 일을 통해 만나 금방 친해졌다. 똑똑하고 너무 착하고 씩씩한 그녀가 좋았다. 늘 남을 배려하고 베풀며 사는 그녀를 천사라 생각했고 법이 없어도 산다고 다른 이들에게 말했었다.
같이 보낸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싱글로 20대 후반을 같이 보냈고, 결혼, 출산, 육아 시절을 함께 했다. 우리 아이가 4살때 내가 뉴저지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 오면서 안타깝게 연락이 끊겼지만 극적으로 6년전에 다시 연락이 닿았다. 그때 그녀는 댈러스에 살고 있었고, 내가 출장갈 일이 생겨 댈러스에서 10여 년만에 재회를 했다. 너무 반가웠지만 그녀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을 보고 마음이 쓰였다. 그 후로 가끔 연락을 하고 애틀랜타로 이사한 후에 기회가 되어 다행히도 가끔 얼굴도 보고 식사를 같이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갈 걸 알았다면 좀더 자주 전화도 하고 안부도 전하고 또 만나러 갈 걸 하는 후회와 회한이 남는다.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큰 고통을 참아 냈을까 생각을 하면 자꾸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동안 씩씩하게 살아온 그녀가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다. 휴스턴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 그녀의 장성한 두 아들이 그녀의 인생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23살, 의대 1년차생인 큰 아들이 며칠 만에 엄마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이 그녀의 희생 정신과 어떠한 어려움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마음가짐을 그대로 본받은 듯 했다.
사진첩을 보니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17년전 아들 생일 파티에서 찍은 독사진 외에는… 그녀도 나도 사진을 챙겨서 찍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만나면 그저 얼굴 보면서 회포를 푸는 게 좋을 따름이었지만 가끔 만날 때마다 사진 몇 장이라도 같이 찍어 놓을 걸 하는 후회가 또 나를 슬프게 한다.
우리의 인생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불변하는 사실은 우리 모두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순서도 없고 언제 일지도 모르지만, 죽음 앞에 모든 이는 평등하다. 우리는 늘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깊이 깨닫는 거 같다. 건강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소중한 친구를 잃고…. 후회를 한다. 돈을 잃어 버리면 다시 벌 수 있고 가질 수 있지만, 우리가 살면서 허비해 버린 시간과 건강과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은 잃어 버리면 다시 오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다. 나와 사랑하는 가족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건강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게 자유를 줄 수 있고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 돈이 중요한 이유와 더불어 나의 삶에서 진정 내게 중요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내게 진정한 자유와 마음의 평화,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에 대해,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과, 나의 삶의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며, 사는 동안 늘 나눔을 실천하며 베풀고 살았던 그녀의 마지막 선물을 마음 깊이 새기며 그녀를 나의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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