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에 어느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너무나도 젊은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마음이 씁쓸해지더군요.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수없이 지나간 시간 동안 무엇에 매달려 살았는가… 숙연해지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소소한 것부터 인생의 전환점을 두고 깊은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기도 하고 열심히 실행해 나가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베가스에 정착한 지도 25년이 되었고, 내년에는 뉘엇뉘엇 넘어가는 황혼의 나이에 접어듭니다. 하지만 떠나보내온 시간들이 아쉽다기 보다는 오히려 홀가분하면서 지금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느날 문득 시야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멈춰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묘미가 있구나’하는 여유를 누리기도 합니다. 세상은 달리는 기차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따라갈 수 없는 허무함도 들게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내 자신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매우 소중합니다. 아웅다웅하더라도 내 식구의 얼굴들이 차창을 스칩니다. ‘더 잘해 줘야지…’
활기찬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이나, 새롭게 터전을 일궈나가는 이웃들에게도 새해를 맞아 덕담 한 마디 간절히 전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새해에는 그리운 이의 안부를 묻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 한 장이라도 전하면 어떨까요. 조금의 여유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때 새해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살만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희 월간 라스베이거스 편집진은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베가스에 제대로된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많은 교민들이 사랑해 주신 덕분에 저희 매거진은 웹사이트도 함께 가동하면서 더 폭넓은 독자층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LA와의 정보 연동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역에서 저희 매거진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베가스 주류에도 최고의 아시안 매거진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2024 갑진년을 맞아 그동안 저희 월간 라스베이거스를 사랑해 주신 모든 교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대표적인 베가스의 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할 것을 약속드리며 새해에는 여러분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이 가득하시길 소망해 봅니다.
월간 라스베이거스 발행인 이 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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