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 ‘20년 연속 국가대표, 기네스북 도전’
제자 … ‘국가대표로 세계 제패 도전할 터’
8년 연속 미국 국가대표, 공인 7단, … One Top Center 양복선 관장의 화려한 이력이다. 5살 때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43년째 태권도맨인 그는 현재 미국 랭킹 1위를 마크하고 있는 현역 선수다.
이렇게 뛰어난 경력의 선수가 작은 한인 커뮤니티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이유는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손해도 많지만, 역으로 많은 인재들이 라스베이거스로 엑소더스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적어도 베가스 입장에서 본다면.
12세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온 양관장은 시카고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태권도를 무척이나 열심히 했고, 이 때 미국 국가대표로 도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인 주최 측의 복잡한 문제로 인해 꿈이 좌절됐어요. 시련을 잊기 위해 흑인 동네에서 험한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태권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품새’라는 부문으로 다시 국가대표의 꿈을 꾸게 된 거죠.”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양관장은 새롭게 열린 태권도 선수로서의 기쁨의 순간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선수들끼리 대련을 하는 ‘겨루기’ 선수였던 그는 난이도 있는 동작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품새’ 부문으로 전향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그의 태권도 인생을 새롭게 바꿔 놓았다. 그는 캔사스 시티를 거쳐 어바인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4년 품새로 전향한 지 2년만인 2016년 미국 국가대표가 되었다. 이러한 커리어의 도움으로 그의 도장은 활기를 띠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태권도장은 흔히 취미로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정도로 생각하지만, 양관장의 태권도장은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양관장은 팬데믹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수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좌를 열었고, 지금껏 미 전역의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양관장은 경제적인 조건이 맞는 라스베이거스를 새로운 거점으로 선택했고, 그 판단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원 탑 센터’에는 인종을 가리지 않는 원생들로 북적인다. 그 중 에이스에 속하는 두 원생을 만났다.
한지훈, 한동훈 형제. 현재 고등학생인 그들은 캐나다와 시애틀을 거쳐 베가스로 태권도 유학 중이다. “부모님과 캐나다로 이민을 왔는데, 계속 태권도를 했어요. 어느 날 관장님께서 선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로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태권도를 찾아 시애틀로 왔고, 국가 대표 선수가 되려면 베가스의 양복선 관장님께 배워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동생 한동훈은 또박또박 자신의 꿈의 여정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태권도에서 받은 정신 수련 때문일까. 인터뷰하는 내내 청소년 특유의 발랄함이나 일탈적인 모습을 이끌어내려 해도 좀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 미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형 한지훈은 “국가 대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게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두기 위해 ‘죽기 살기로’ 할 겁니다. 열심히 하면 반드시 대가가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두 형제는 각종 대회에서 이미 수상 경력이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 내셔널대회에서 금메달, 북아메리카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6월 뉴욕에서 있을 한인체전에 라스베이거스 대표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면 한국 전국체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두 형제의 코치이자 한인체전에 선수로서 출전하는 권다솜 코치는 유타에서 아버지 권진용 관장과 함께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권코치는 발랄하고 앳된 모습을 지녔는데 태권도로는 공인 5단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 밖에 몰라요. 5살 때부터 도장에서 아예 살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선수 생활을 할 것이고, 코치 생활도 즐겁게 하는 게 제 미래입니다.” 씩씩한 권코치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어린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꿈으로 형상화하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저절로 응원하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들의 스승인 양관장의 목표는 20년 연속 국가대표 자리를 지켜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이라 한다. 이것만으로도 원 스탑의 젊은 선수들은 롤모델을 제대로 갖춘 셈이다.
내 나라의 국기인 ‘태권도’. 먼 이국 땅에서 당당하게 이어가고, 미국의 대표로 자리 잡아가는 그 패기가 자랑스러웠던 하루였다.
글_ 제이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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