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김유진 사진작가 - 한 장의 특별한 ‘사진’을 위해 세계 어디라도
- lasvegasknmagazine
- Jul 26, 2023
- 3 min read
Updated: Jul 27, 2023
세계 3대 어워드 WPE 은상 수상
차를 타고 만나러 가는 동안 심기가 편치는 않았다. 인터뷰 약속 잡기가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도 딱 정해진 시간에 어렵게 연결됐다. ‘인터뷰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다다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타난 한 사람. ‘후크 스냅’의 김유진 사진 작가. 생각보다 정겨운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2시간여의 대화를 하는 동안 그가 왜 그랬는지 명쾌하게 알게 되었다. 그가 자신의 시간들을 얼마나 꼼꼼히 살아내는지 공감의 미소로 가득했던 자리였다.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저의 태생을 무척 궁금해해요. 일단 한국말은 능숙한데, 영어에는 다른 엑센트가 있어서 꼭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곤 하죠.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살았어요. 그리고 대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왔죠. 한국에서는 방학 때 방문 빼고는 살아본 적은 없습니다.” 김유진 작가의 태생(?)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한국말이 워낙 수려해서 늦게 미국에 왔겠거니 했지만,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말은 충격적일 정도로 한국말 구사가 한국 대학생 정도의 어휘와 논리를 갖추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보낸 김작가의 아버지는 영국으로 건너가 자녀들을 보딩 스쿨에 입학시키고, 한국으로 귀국하셨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남동생하고만 낯선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외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친구들이 저를 보면 애어른이라고 하곤 했어요. 학교 시스템이 맘에 들었고, 즐겁게 지냈죠. 부모님의 큰 간섭을 받지 않아서 저만의 라이프 플랜을 꿋꿋하게 설계했던 것 같아요.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모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합니다.” 라며 김작가는 밝게 웃었다.
골프를 워낙 좋아해서 대학은 골프 선수로 입학했지만, 마케팅 전공으로 선회했다. 본인의 말로는 그 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안 했지만, 대학에서는 진심으로 열심히 공부를 마쳤다고 한다. 자신에 대해 겸손하고 느슨하게 말하지만,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그는 매우 명석한 사람임이 느껴졌다.
라스베이거스로 이주한 지는 7년. 컨설팅 업무를 하다가 재택근무가 되면서 베가스로 넘어왔다. 이 시점이 그에게는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사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다. 일찍부터 취미로 꾸준히 사진을 하다가 베가스를 즐겨 찾는 신혼부부의 웨딩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의 성격상 깊이 파고 들었다. “원래는 풍경 사진을 주로 좋아해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을 때에도 풍경 속에 동화된 모습의 사진을 찍습니다. 그게 제 트레이드 마크죠. 컨셉트가 다른 사진이었는지 제 블로그가 네이버 메인에 올랐어요. 그 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많은 고객들이 밀려 들었죠. 웨딩 사진 한 장을 제대로 찍기 위해 데스밸리에서 밤샘 촬영을 하거나 그랜드캐년의 어둡고 웅장한 피사체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WPE 어워드에서 은상을 받은 수상작 - 김유진 작가, 데스벨리 )
그렇게 작품처럼 찍은 사진들은 국제 사진 어워드에 출품되어 결국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세계 3대 어워드인 유럽 WPE에서 상위 1%에 속하는 점수로 은상을 두 개나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쾌거였다. 혼자 연구하며 독학으로 이루어낸 대단한 업적이다. 그저 ‘자기 만족’일 뿐이라고 말하는 김작가는 수상의 기쁨도 오직 가족과 함께할 뿐이다.
그는 사진이 돈 버는 수단이라기 보다는 여행처럼 사진을 찍는다. ‘고객이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내년에는 하와이, 케냐까지 촬영을 나간다. 그냥 그것이 즐겁다고 한다. 세 명의 친구들과 사진에 관한 수다로 꾸며지는 팟캐스트도 운영한다.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의 본업이 컨설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베가스와 영국 그리고 한국 제주도를 올라운드로 사업 거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그만의 ‘시간 설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 단위로 쪼개어 시간을 사용한다. 한 번 정한 루틴은 거의 깨는 법이 없다. 혼자 오랜 시간을 살아온 그만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컴퓨터처럼 재단해 놓지만, 그렇다고 AI처럼 딱딱하지도 않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어색함이 약간 있을 뿐 진심이 통하면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6살짜리 아들을 돌보는 일도 무척 즐겁다고 한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아들을 영국의 보딩 스쿨에 보내려고 한단다. 자신이 겪었던 긍정적인 학창시절을 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란다. 참 무던히도 긍정적이다…
“사진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제 스스로가 사진에는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곤 하죠.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더라도 사진은 멀리까지 함께 갈겁니다. 더불어 사진 여행도 계속될 거고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행을 통해 살아가는 의미, 방식 등을 터득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저의 인생도 여행처럼 여유롭게, 진지하게 끌어갈 생각입니다.”
라스베이거스를 예전의 인식과 다르게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베가스로 모여든 젊은 인재들을 가까이하는 것. 그들에게는 제한적인 사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를 넘나드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구는 둥글고 그들이 가진 열정의 컴퍼스는 오늘도 크게 원을 그리며 지구를 닮아간다.
어렵게 만난 김유진 작가. 가장 긍정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즐겁게 할 줄 아는 특별한 사람을 오늘도 성공적으로 만났다. 그래서 베가스가 고맙다.
글_제이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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