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초음파 칼럼]
2년 전쯤인가, 가까이에 사는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배가 아픈데 집에 와서 초음파 검사 좀 해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이었다. 장난끼가 많은 나는 여느 남동생들처럼 농담으로 “뚱뚱해서 그래 별거 아니니까 뱃살 좀 빼면 괜찮을 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그냥 끊었다.
얼마 후에 누나에게서 연락이 또 왔고 이번에 누나는 농담 아니고 심각하니까 당장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모빌 초음파 기사인 나는 초음파 장비를 부랴부랴 챙겨서 누나에게 갔고, 초음파 검진 결과 담석으로 인한 급성 담낭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누나에게 빨리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정밀검사 후 수술 날짜를 잡는 게 좋겠다고 설명해 주었고 누나는 며칠의 고생 끝에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담낭 제거 후 비로소 통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누나가 회복되어서 참 다행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누나의 수술 소식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병이 생기는 위험 요소 중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전문 요리사도 집에선 대충 해먹는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정작 내가 초음파 기사이면서도 내 몸을 검사해본 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당황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평상시 몸 관리를 잘했다고 자부하던 터였고 10여 년 전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 없이 정상이었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겠지 하고 무심코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정말 예상 밖이었다.
나 역시도 담낭에 1cm이상 되는 돌이 여러 개 발견되었고 심지어 1cm사이즈의 용종도 발견되었던 것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이제 내 몸도 하나씩 망가질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슬픔이었고, 두 번째는 담낭을 제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먼저 이 질병이 발견된 누나에 대한 교훈으로 미리 검진을 해서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아프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초음파 검사가 정말 우리에게 유용할까?
물론 정확하고 비싼 의료 장비들이 즐비 하지만, 가격 대비 접근성을 생각했을 때 내가 추천하는 검사는 단연 복부 초음파이다.
복부 초음파는 복부의 주요장기 즉 간, 췌장, 비장, 신장과 쓸개를 검사할 때 우선적으로 그리고 흔히 사용하는 수단이다. 한국에서는 건강한 일반인의 검진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외에 주로 만성감염 환자에게서 간경화로의 진행, 간암의 발생을 보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초음파 검사는 통증이나 위험성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엑스선 촬영이나 방사선 동위원소 검사처럼 방사선에 의한 피폭의 염려가 없기 때문에 임산부나 유아도 안심하고 검사할 수 있다. 하지만 초음파는 공기, 지방, 뼈 등은 잘 투과하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비만환자는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미국에서의 건강검진은 각자의 보험 종류, 유무에 따라 혜택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주치의와 상의해 보고 본인에게 맞는 검진을 받을 것을 추천 드린다.
지나친 건강에 대한 염려도 문제지만 복부 초음파 같이 간단한 검사까지 미루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초음파 건강 검진 경험을 통해 한인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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