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교회의 이름을 지인으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교회의 앞마당에 이르렀을 때 ‘참 아름다워라…’하는 찬송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 곳에는 아담하고 예쁜 2층집이 있었을 뿐이다. 그냥 지나치면 교회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 부임한 권순혁 목사님이 집 안으로 안내했을 때, 감탄이 흘러나왔다. 작은 거실에는 벽난로에서 장작불이 따뜻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 안쪽에 놀랍게도 상당한 규모의 예배당이 있었다. 참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교회’는 원로목사인 박대우 목사가 2009년에 개척한 교회이다. 그는 청년 사역에 주안점을 두고 많은 청년 성도들과 함께했다. 현재의 교회로 이전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소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교회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아직 은퇴할 나이가 되지 않았는데도 그는 물러서는 자리를 선택했다. 그는 언제나 ‘베가스’에도 희망은 있다는 목회 철학으로 사역을 해왔다. 그는 “물론 저도 아직 못 버린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교회를 위해 새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정성을 들여 청빙에 임했고, 정말 좋은 주의 종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셨어요.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새로 부임한 권순혁 목사는 LA 나성열린문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었다. 목사님이셨던 아버지 밑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목회자의 꿈을 꾸었지만, 세상을 좀더 배워야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고로 연세대 물리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이 때 신학을 다시 시작했고, 2017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바이올라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권 목사는 “제가 베가스로 올 것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원로목사님께서 저를 후임으로 선택해 주셔서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대우 목사는 “잘 따라주는 후임자가 정말 대견합니다. 권 목사는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해요. 어느 날 저녁에 교회에 들렀는데, 권 목사 부부가 예배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요. 매일 조용히 나와서 기도했더군요.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권순혁 후임 목사는 이민 사역에 대해 “내 나라를 떠난 교민들은 깊은 외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상당수가 세상 속에서 부와 명예로 이 외로움을 채워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공허함은 더 커진다는 것을 미국 사역에서 가장 크게 깨달았어요. 이러한 어려움을 교화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며, “저는 교회가 커지고 교회가 성공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교회를 통해 하나임 나라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장 사랑합니다. 누구나 함께할 수 있고, 소외됨 없이 하나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피력했다.
권 목사에게는 매우 아픈 기억이 있다. 여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것. 더 아픈 상황은 교회 학생에게 여동생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의 아버지는 조건없이 그 학생을 용서하셨다고 한다. 그는 요즘 들어 그 때의 일이 자주 떠오른다고 한다. “지난날을 생각해보니 그 때 나의 아버지는 저보다 어린 40대 초반이었어요. 많지 않은 나이에 자식을 잃었는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저는 갑자기 숙연해집니다. 그리고 사역자로서 부모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이 일은 목회 사역을 하는 저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이고,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교훈입니다. 사랑과 용서를 말이 아닌 삶으로 배웠으니까요.” 그의 특별하면서도 슬픈 간증이 마음을 울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가치관이 다른 성도들과 동료 사역자들 사이에서 쉽지 않았을 그를 떠올려 본다. 더더욱 순수한 신앙의 바탕을 가졌다면 더 힘들었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 밑거름이 잘 숙성된 모습이 그의 눈빛에서도 읽혀진다. 순하면서도 강한 눈빛은 순종과 결단의 신앙적 모습을 예리하게 표현한다.
타닥타닥 붉게 타들어가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헌신’의 아름다움을 새삼 떠올려 보았다. 젊고 훌륭한 사역자들이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일이다. 처음 베가스 로컬로 이사를 오면 대체로 신선한 여유를 만끽하지만, 좀더 살아보면 카지노 도시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박과 술의 문제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어떤 호텔에서는 한인 VIP가 30%를 넘는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벌어들인 돈으로 이기적인 정서가 팽배한 것도 지나칠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는 여전히 삶의 형태가 유동적이며, 유혹의 환경도 훨씬 가깝다. 이러한 불안정성을 교회가 감싸안으려면 역동적인 사역자들의 깨어있는 사역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3월9일에 새롭게 드려지는 아름다운 교회의 창립예배와 이취임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열매가 잘 익어가는 아름다운 텃밭이 되길 소망해 본다.
글_ 제이스 이 (Jac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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